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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회의 필요성에 대한 명쾌한 이야기(토마스 게이건의『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본문

복지사회의 필요성에 대한 명쾌한 이야기(토마스 게이건의『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임주혁 2013. 7. 24. 01:07



  토마스 게이건의『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는 우리가 증세부담을 지고서라도, 왜 복지 증대를 선택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하다. 그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는 미국과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유지하는 독일을 비교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주말에도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소득이 올라가면 정말 잘 사는 것일까, 미국보다 소득이 적을지라도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야 말로 살만한 곳이 아닐까 라는 의문과 그에 맞는 사례를 제기한다. 여기서 비교되는 미국의 자리에 우리나라를 대입해도 크게 벗어나는 점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가진 게이건의 이야기는 복지사회가 단순히 빈곤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상위 1%의 소득을 가진 사람을 제외한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 불을 훌쩍 넘긴 상태이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1만 불일 때와 비교해 볼 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물론 물가상승률도 고려해야하겠지만, 2배나 높아진 소득수준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한 것 같다. 아니 IMF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온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빈민층의 비율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으며, 중산층은 붕괴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와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만 진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아도 우리의 삶은 더 팍팍해진 것이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살아가는 유럽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덜 일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한다. 우리처럼 교육비나 의료비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많은 휴가와 여가생활은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단순히 근로시간만 비교해봐도 이러한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미국은 연평균 2300시간, 우리나라는 2500시간, 유럽은 2100시간이다. 이에 대해 유럽 사람들의 1인당 GDP가 우리보다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과 GDP가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우리와 비슷할 정도로 팍팍한 삶을 산다. 문제는 얼마나 소득수준이 높은가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바로 복지와 제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사람들은 사회적 인프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개인이 알아서 사회를 헤쳐 나가야 하지만, 유럽인들은 국가의 지원과 보호 하에서 평온한 삶을 산다. 이는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최대 60%까지 내야하는 세금의 부담은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국가의 보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더 나은 방법이다. 게이건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있자면, 우리가 증세부담을 지더라도 복지사회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증세 부담은 질 수 없다고 말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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