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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한달, 일초라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
페미니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에 대한 이야기-김애란『침묵의 미래』에 대하여 1. 들어가며페미니즘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참 곤욕스럽다. 단순히 번역어로 여성문학, 차별받는 여성을 다룬 문학작품이라 정의 내려버리면 간단할 수도 있겠지만, 페미니즘 문학의 범주를 단순히 ‘여성’이라는 하나의 코드만으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여성’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차별’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박경태는 소수자를 ‘신체적 또는 문화적 특징 때문에 사회의 다른 성원에게 차별을 받으며, 차별받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정의 내린다. 여성들은 세상의 절반을 이루지만, 남성 또는 같은 여성들에게 차별받고 구분지어지기 때문에 소수자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운동 내에서도 다른 소수자들과의 ..
는 성공신화의 이면에 자리한 기업들의 실패를 조명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성공을 조명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실패에 주목한 책은 처음이었기에 기대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탓인지 책은 그리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전하지는 못한다. 저자는 13개의 한국 기업의 실패를 여러 사례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 실패를 총체적으로 묶어 내는 것은 한국 기업의 구조적 문제이다. NHN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한국기업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는 팽창에 따른 조직의 경직, 혁신의 방향타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한국기업들이 어쩔수 없이 처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삼성처럼 발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시장을 이끌만한 리딩 능력이 부족하다..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은 실질적 변화는 거의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저자인 고병권은 이 책을 통해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이 시민과 사회의 인식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평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다. 이 운동은 단기적이고, 산발적이며, 기생적인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곳에서 진행된 민주주의의 형태는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의 이상향으로 꼽히기도 한다. 저자가 이 운동에 대해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이 운동을 통해 상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멋진 신세계를 꿈 꿀만 하다. 하지만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노예제를 기반에 둔 착취적이고 기생적인 체제였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참여를 배제함..
오항녕의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은 메타역사서술로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광해군을 통해 근대주의 역사관의 폐해를 증명하려고 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좀 더 바른 역사서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점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이 길게 언급되지는 않으며, 그것도 머리말과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것이 전부이다. 나머지 분량은 광해군의 시대를 초기와 중기, 말기로 나누어 그 속에서 “광해군 시대 시스템의 작동, 사람들의 비전 또는 욕망, 사건의 우연성”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머리말과 프롤로그에서 오항녕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광해군에 대한 역사서술을 통해 역사서술의 방법을 이야기하려는 책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조선시대 광해군은 연산군과 함께 대표적인 폭군으로 평가받았다. 형..
“헌법과 법률의 목적은 흔히 오해하듯 국민을 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국가 권력의 괴물화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데 있습니다(p.10)” 헌법의 궁극적 목적은 국가권력을 제한함으로서 시민을 보호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헌법은 국가 통치의 편의라는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안위와 보호에 중점을 두고 해석해야 하며, 법의 제정에 있어서도 헌법의 목적에 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선 헌법의 조문이 규정하는 기본권들이 서로 상충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조문을 우선시해야하는지가 문제가 되며,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시민의 인식 수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대선부터 이슈가 된 경제민주화는 각 주체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토마스 게이건의『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는 우리가 증세부담을 지고서라도, 왜 복지 증대를 선택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하다. 그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는 미국과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유지하는 독일을 비교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주말에도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소득이 올라가면 정말 잘 사는 것일까, 미국보다 소득이 적을지라도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야 말로 살만한 곳이 아닐까 라는 의문과 그에 맞는 사례를 제기한다. 여기서 비교되는 미국의 자리에 우리나라를 대입해도 크게 벗어나는 점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변호사라..
이 작품은 아버지들의 여정을 통해 아버지 상징이 미끄러지는 모습과 더불어 새로운 아버지상을 제시한다. 이 여정은 단순히 공간적 이동만은 아니다. 아버지라는 의식화된 주체로부터 억압되었던 무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혼 후 강경으로 내려온 ‘나’의 여정은 선시우를 만나, 시우의 아버지인 선명우를 찾는 여행으로 바뀌고, 이 속에서 그려지는 선명우의 여정은 그와 그의 아버지, 김승민의 부인인 윤선미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여정의 끝에는 ‘나’가 아버지가 되는 구조를 취함으로서 새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된 이야기 구조는 단순히 공간과 시간의 틀만으로 묶을 수 없고, 아버지 상징의 동일성을 상정했을 때만이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