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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한달, 일초라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
연극『푸르른 날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처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연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극은 여산이 조카이자 딸인 운하의 청첩장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편지를 받은 여산은 30년 전 광주로 돌아가게 된다. 당시 대학생이던 민호(여산)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과 친구가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자, 이들을 살리기 위해 전남도청으로 향한다. 날이 갈수록 상황은 급박해지고, 계엄군이 도청을 포위하게 된다. 민호는 친구를 데리고 도청을 빠져나가려고 해지만, 도청을 사수하겠다는 친구 때문에 계엄군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민호는 고문을 당하게 되고, 살아남기 위해 친구가 간첩이었다고 거짓자백을 한다. 풀려난 민호는 고문후유증과 죄책감 때문에 정신착란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애인과 자신의 아이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무엇도 아닌 무대연출이다. 두 장의 커튼과 조명, 음향효과, 최소한의 소품만을 이용해 한정된 무대 공간을 무한한 공간으로 구성해 내는 연출가의 연출능력은 관객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커튼을 통해 무대공간을 자르고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공간이 새롭게 구성됨으로서, 관객들은 단순히 고정된 무대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대 전체를 커튼으로 둘러 안과 밖을 구분하게 하고, 배우들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돌듯 안과 밖을 뱅뱅 도는 장면은 한정된 무대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마치 한 장의 띠지를 꼬아 붙이면 무한한 뫼비우스의 띠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커튼에 배우가 ㄱ자로 매달려 있고, 다른 배우들이 무대의 바닥을 기며 절벽을..
연극『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 중 하나로, 현대에도 계속해 재탄생되고 있는 작품이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한태숙 연출의『안티고네』는 이러한 원전의 주제의식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평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도리를 추구하는 안티고네와 법의 정의를 주장하는 크레온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갈등구조는 소포클레스가『오이디푸스 왕』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인간이 필연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과의 싸움이 아닌, 개인이 스스로 따르기로 결정한 가치를 서로에게 강요하고, 이 때문에 대립하게 된다는 점에서 좀 더 현실과 가깝게 보여 진다. 도둑처럼 다가오는 비극적 사건은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