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한달, 일초라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탈출과 해방(박범신, 『소금』, 한겨레출판, 2013) 본문
이 작품은 아버지들의 여정을 통해 아버지 상징이 미끄러지는 모습과 더불어 새로운 아버지상을 제시한다. 이 여정은 단순히 공간적 이동만은 아니다. 아버지라는 의식화된 주체로부터 억압되었던 무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혼 후 강경으로 내려온 ‘나’의 여정은 선시우를 만나, 시우의 아버지인 선명우를 찾는 여행으로 바뀌고, 이 속에서 그려지는 선명우의 여정은 그와 그의 아버지, 김승민의 부인인 윤선미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여정의 끝에는 ‘나’가 아버지가 되는 구조를 취함으로서 새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된 이야기 구조는 단순히 공간과 시간의 틀만으로 묶을 수 없고, 아버지 상징의 동일성을 상정했을 때만이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아버지라는 그가 원하던, 원치 않던 기존의 아버지라는 상징체계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려 한다. 가출 이전의 선명우도 그러하며, 김승민도, 선명우의 아버지도, ‘나’도, 모두 아버지 상징 속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의해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닮아간다는 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아버지라는 상징 기호의 대물림인 것이다. 이러한 상징의 대물림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형성한다. 이것이 구체화 된 것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이다. 이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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