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한달, 일초라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
신기주, 『사라진 실패』, 인물과사상사, 2013 본문
<사라진 실패>는 성공신화의 이면에 자리한 기업들의 실패를 조명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성공을 조명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실패에 주목한 책은 처음이었기에 기대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탓인지 책은 그리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전하지는 못한다.
저자는 13개의 한국 기업의 실패를 여러 사례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 실패를 총체적으로 묶어 내는 것은 한국 기업의 구조적 문제이다. NHN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한국기업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는 팽창에 따른 조직의 경직, 혁신의 방향타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한국기업들이 어쩔수 없이 처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삼성처럼 발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시장을 이끌만한 리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와 경쟁하는 삼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내수시장에서 수출시장으로 기업의 성장동력을 전환하고자 했던 한화와 웅진 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경직성과 혁신능력의 부재는 한국 기업들의 역량 부족보다는 경험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지난 성장기에는 따라가기만 했지만, 시장을 리드하는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문제가 이전과 달리 단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연관을 가지게 되면서 기업이 계산해야할 변수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너무 과도하게 늘어난 것도 참작되어야 할듯 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실패를 보여주기만 할뿐 이를 명확히 해결할 방책은 제시해주지 못한다. (물론 저자가 방책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 기획재정부나 모기업위 기획실에 있겠지만;ㅁ;) 다만 기업들의 실패 사례에 대한 심도 있는 원인분석을 통해 다른 실패에 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점은 이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미니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에 대한 이야기 -김애란『침묵의 미래』 (0) | 2016.05.19 |
---|---|
고병권,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르포르타주』, 그린비, 2012 (0) | 2013.08.17 |
메타역사서술로서 광해군 읽기 (오항녕의『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0) | 2013.08.04 |
국가의 폭력을 막는 마지막 방패, 헌법(김두식, 『헌법의 풍경』, 교양인, 2011) (0) | 2013.08.04 |
복지사회의 필요성에 대한 명쾌한 이야기(토마스 게이건의『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0) | 2013.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