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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형이상학자 혹은 숭고한 해학가?(pp.104-116) 본문

2013 ELP 난장국문3.0

플라톤, 형이상학자 혹은 숭고한 해학가?(pp.104-116)

임주혁 2013. 7. 24. 17:41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스승의 사상을 보존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철학 체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라톤의 초기 대화들은 윤리와 선한 인간이 되는 것과 덕의 정의에 관한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견해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이를 미화시키고 있다. 이 점을 보았을 때 초기 저작들은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이론을 수용하고, 소크라테스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식과 우주론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후기의 대화들은 플라톤 자신의 것이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인 피타고라스와 헤라클레토스, 파르메니데스의 의견을 통합해 자신만의 형상론을 만들어냈다. 이 이론은 두 개의 세계를 상정하고 있다. 하나의 세계는 변화하고 비항구적인 일상세계이며, 다른 하나의 세계는 이상적인 ‘형상’ 혹은 에이도스(eidos)가 살고 있는 이데아의 세계이다. 이는 헤라클레토스가 주장한 변화하고 유동하는 세계와 파르메니데스가 요구했던 영원불변의 세계를 하나로 합친 것으로, 이전까지 관계없다고 생각되었던 두 생각을 상호 연관되어 있는 세계로 파악한 것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세계는 이데아의 세계에 의해 규정된다. 이는 피타고라스가 연구했던 수학과 기하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리가 칠판이나 종이에 삼각형을 그리지만 이는 ‘완벽한’ 삼각형이 아니다. 어딘가 비틀리고 구부러졌다. 하지만 삼각형이라는 완벽한 개념은 존재한다.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는 불완전한 삼각형의 모양과 완전한 삼각형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플라톤이 이야기한 형상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플라톤의 형상론은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덕의 추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덕의 이상적인 형상을 추구했는데, 이러한 사유와 행동들이 플라톤의 이데아에 대한 열망을 부추겼고, 이론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길게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우리가 일상세계에서 보고 느끼는 실재와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실재를 비교함과 동시에, 철학자의 책무와 그 열망의 근원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철학자의 책무와 관련해 플라톤의 이론이 어떻게 정치철학과 연결될 수 있는지도 설명해 준다.


  플라톤은 그의 저서인 『국가』에서 철인들이 다스리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굴의 비유에 나온 철학자처럼 본질에 더욱 가까운, 즉 지식이 많고 덕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 국가를 통치해야 하며 이를 통해 일상세계는 본질적인 이데아의 세계와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플라톤이 주창한 국가체계는 타고난 재능과 교육에 기초한 자연적인 귀족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동시에 평등주의적인 특징을 가진다. 재능과 교육을 통해 귀족을 양성하고, 이들이 국가를 통치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복지는 동등하게 이루어진다. 여기서 지배자는 선택받아지고 키위진다는 점에서 권위적이지만,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도시국가 전체의 톱니바퀴를 맞추는 일종의 부품과 같다는 점에서 동등하다. 즉 플라톤의 국가이론은 개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도시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플라톤의 이론 체계는 아름다움과 질서에 대한 미학적인 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플라톤의 『국가』에서 국가는 하나의 유기적 체제이다. 각 시민은 자신의 위치에서 조화롭게 구성되어 활동한다. 이러한 조화는 플라톤이 이야기한 이데아의 추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플라톤에게 미라는 것은 조화이며,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했듯이 지혜에 대한 추구로 귀결된다. 이러한 플라톤의 생각은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는 미의 개념과는 다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의 비교를 통해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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