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한달, 일초라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의 유대인, 알렉산드리아의 필론과 그리스도교의 탄생 본문
유대교는 성문화된 종교였다. 따라서 이를 해석해내는 문제는 유대교에게 매우 중요했다. 이 때문에 성문 그대로의 신앙과 이를 해석해내는 이성의 대립이 존재했다.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은 유대인 필론은 그리스 철학에 기초해 유대교의 교의를 상징적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두 문화적 기반인 유대교와 그리스 문화를 일치시키려 한 것이다. 그는 신을 파타고라스가 설명했듯 다양성의 기초인 일자로 해석해냈으며, 플라톤이 바랬던 것처럼 인간의 궁극적 목적을 실재시계, 즉 신의 실체에 다가가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그리스 문화와 유대교의 결합은 신플라톤주의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연구 등 그리스도교 철학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의 한 분파로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의 교의뿐만 아니라 문화를 닮아있다. 이는 전지전능한 유일신을 믿는다는 점과 인간의 원죄에 주목한 점, 성경을 통해 성문화된 종교를 성립시켰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가 유대교와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유일신을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의 존재로 보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예수라는 인간이 신의 현현으로 존재하게 됨으로 발생하게 된다. 성령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신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문제는 제기될 당시에도 많은 분란을 만들었고, 이후 교회 분열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수는 이전의 유대교의 전통에 반해 신의 분노 대신 자비와 사랑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는 유대교 전통과 완전히 결별하지 못했다. 그가 이야기 했던 용서와 부에 대한 욕망의 거부, 이웃에 대한 관심 등은 유대교에서 이미 이야기되고 있었던 주제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수의 가르침과 유대교가 구분되는 지점은 이러한 가르침들이 유대교에서는 율법과 의식이라는 측면에서만 이야기되었다면, 예수는 인간의 내적 성향과 실천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원죄와 고통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일정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유대교에서는 율법을 따르는 것이 원죄를 씻고, 신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해한데 반해,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의 죽음으로써 원죄를 덜어낼 수 있었고, 신과 인간의 연결고리가 다시 회복되었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예수의 부활을 통해 죽음에 대한 극복과 사후세계에 대한 이론을 성립함으로써 세계적인 보편 종교로써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이론의 차이로 인해 그리스도교는 민족종교인 유대교의 한 분파에서, 유대교에서 독립된 하나의 거대한 세계 종교로 변모하게 된다. 예수의 생애와 사도행전 등이 성경에 추가되게 되며, 각지의 신화와 설화를 흡수하며 하나의 큰 이야기 구조를 만들냈고, 이것은 유대교와 비교되는 하나의 새로운 판을 짜게 된 것이다. 유대인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 때를 기념하여 지내던 종교의식이 예수의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성찬식과 같은 종교의식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뒤에 나오는 사도 바울의 행위들은 유대교라는 민족종교에서 탄생한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유대인이 아닌 사람도 믿을 수 있는 세계종교로 변모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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